2025 캔버스에 유화 162.2 x 130.3 cm
작가 소장, 2026
2025《불온한 가능성》, 열정 갤러리, 서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중 에리식톤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해온 작품이다.
신탁을 받은 신성한 나무를 베어버린 벌로 끝없는 배고픔에 시달리며,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운명을 겪는다. 결국 그는 자기 자신까지 먹게 되는데, 화면 속 틀니와 비어 있는 발목, 공중에 떠 있는 옷가지 등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 주인공의 흔적이자 부재의 신체를 상징한다. 육체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파편과 흔적으로만 남아 소멸의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 거울 속에서 뻗어 나오는 두 손은 현실을 완전히 떠나지 못한 마지막 욕망이자, 소멸의 순간에도 남아 있는 존재의 잔향을 암시한다.
작품 속 불꽃은 ‘Park’s Land’ 시리즈에서 반복되는 상징으로, 변화와 변신의 과정을 의미한다. 에리식톤이 신성한 나무를 베었듯이, 불에 타오르는 나무는 원죄와 형벌의 흔적을 동시에 품고 있다. 파편화된 지형과 유동하는 풍경은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체되고 다시 생성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욕망과 형벌, 소멸과 변신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탐구했다. 에리식톤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욕망이 인간 존재를 어디까지 변형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며, ‘Park’s Land’라는 세계 안에서 존재가 어떻게 해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세 번째 회화 연작 ‘Park’s Land’는 “변신”을 둘러싼 다양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 연작들을 준비하던 시기, 작가는 어떤 “가능성”을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확장된 상태를 다루기 위한 주제로 변신을 선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신은 단순히 한 존재가 A에서 B로 바뀌는 형식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될 수 있음”이라는 가능성,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역할, 존재가 지닌 잠재적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 신화나 영화 속 서사뿐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변화 가능성이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형상들은 구조적으로 해체되거나, 번지고 일그러진 듯한 붓질 속에서 경계가 흐려진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라, 존재가 지닌 여러 층위의 상태가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Park’s Land’는 형태가 변화하는 순간보다, 변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과 감각을 회화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이미지의 중첩과 붓질의 흐름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의 세계를 드러내며, 작가가 탐구하는 회화적 상상력을 확장한다.